[ART+CULTURE ‘19 SUMMER SPECIAL] Christian Boltanski i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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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19

글 고성연, 황다나 | 사진 루이 비통 크리스티안 카인


삶과 죽음의 기억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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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과 13일, 도쿄 국립 신 미술관(The National Art Center Tokyo)과 에스파스 루이 비통 도쿄(Espace Louis Vuitton Tokyo)에서 잇따라 베일을 벗은 프랑스 현대미술계 거장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전시. 기억이라는 주제와 결코 망각하지 않으려는 의식에 집착하며 자신만의 신화와 전설을 구축한, 반세기에 걸친 볼탕스키의 작품 세계를 밀도 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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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소중한 누군가를 잃기 전까지 죽음은 머나먼 일로 치부되거나,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면 그저 흐르는 시간 앞에 무덤덤하게 기다리는 시간의 끝맺음이기도 하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외면하기 일쑤인 이 사실을 평생 동안 환기해온 예술가가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다. 1944년생으로 유대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유대인 학살을 어렴풋이 목격한 그는 1967년부터 기억과 소멸하는 시간에 초점을 맞춘 작업 활동을 시작한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이가 살아가며 겪은 중대한 순간과 사연을 담아내는 볼탕스키는 글, 영화, 조각,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들며 진실과 허구의 이야기를 섞은 작품의 ‘재구성’을 시도해왔다. 그는 직접 수집한 사진, 신문, 아카이브는 물론 작가 자신이 일곱 살(1951년) 때 신은 장화 한 켤레를 점토로 복원한 오브제부터 가방, 옷, 모자에 이르기까지 기억을 자아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개인, 나아가 공동체가 맞닥뜨린 운명의 굴곡진 여정을 따라 감성적 강렬함을 담은 설치 작업을 한다.


켜켜이 쌓인 기억의 합주, 소멸의 시간을 다루다

<라이프타임(Christian Boltanski-Lifetime)>이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열리는 도쿄 국립 신 미술관 입구. 프랑스어로 ‘출발’을 뜻하는 ‘DÉPART’ 네온사인 작품 너머로 잔잔히 고동치는 심장 소리를 뚫고 나오는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의 기침(‘L’homme qui Tousse(기침하는 남자), 1969)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앉아 바지가 흥건히 젖을 때까지 피를 토하며 기침하는 기이한 (인형 탈을 쓴) 인간 형상의 생물체를 포착한 짧은 영상은 그 강렬함에 절로 발길을 멈추게 된다. 그렇게 이어지는 전시 공간에는 켜켜이 쌓인 녹슨 박스 위로 흐리게 미소 짓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잔혹한 전쟁 혹은 학살로 목숨을 잃은 많은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해 보이는 나이의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은 삶을 채 펼치지 못하고 짧게 타는 촛불처럼 생명이 꺼져갔을 것이다. 전구를 무한히 잇는 검은 줄은 그들을 옥죈 거미줄을 형상화한 듯하다. 관람객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보다는 사색의 계기로 삼고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가면 좋겠다고 말하는 노장의 회고전을 감상하다 보면, 눈 감은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다양한 표정의 어린아이와 어른의 모습이 벽을 빼곡히 덮고 있다. 전쟁이라는 비극이 초래한 죽음을 다루던 시대의 목격자는 나아가 보다 근원적 죽음을 탐구하기에 이른다. 최신작 ‘Terril’(탄광, 2015)에서는 누구의 소유였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개인성도, 추억도, 형태도 사라진 검은 옷 더미를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는 9월 2일까지 계속된다.


아니미타스: 존재의 변덕스러움,망각, 상실, 시간을 다루다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에스파스 루이 비통 도쿄에서 국립 신 미술관 전시와 연계해 오는 11월 17일까지 열리는 볼탕스키의 또 다른 전시 <아니미타스 ll(Animitas II)>. 파리에 있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미공개 소장품을 선보이는 ‘미술관 벽 너머’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로 수년 동안 작가가 열중해온 ‘아니미타스’ 연작의 영상 2편을 선보인다. 아니미타스는 망자를 기리는 길가의 작은 재단을 표현한 것으로 3백여 개의 가느다란 줄기에 달린 초롱꽃 종으로 이뤄진 한적한 풍경을 담은 설치물이다.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도록 고안한 이 설치물은 해당 장소에 얽힌 수천 영혼의 이야기와 볼탕스키 개인의 과거를 모두 아우른다.
아니미타스를 소재로 한 영상 시리즈의 첫 번째 버전은 황량한 아타카마 사막을 배경으로 작가의 생일에 남반구에서 관찰되는 은하수를 재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번에 루이 비통 전시 공간을 수놓은 작품은 각각 일본 데시마섬과 이스라엘 사해 근처에서 동일한 구성으로 재해석한 ‘아니미타스: 속삭임의 숲(Animitas: La Forêt des Murmures)’(2016)과 ‘아니미타스: 사해(Animitas: Mères Mortes)’(2017년 가을). 풀 내음 가득한 전시 공간에 은은하게 투영한 영상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한 번에 촬영해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영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풀과 꽃의 물결 속에서 관람객이 귀 기울이는 종의 부드러운 흔들림은 작가가 묘사한 ‘별의 음악과 떠다니는 영혼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가 그토록 ‘도착(ARRIVÉE)’하고자 한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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